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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만발한 풍경을 처음 보진 않는다. 그런데 매년 보아온 이 풍경이 올해도 새롭다.

마포에서 일하던 시절, 점심을 먹은 후 홀로 경의선공원을 걷는 일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의 중요한 의식 중 하나이었다추운 겨울이 오면 자연스레 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고, 그러다 다시 봄이 오면 찾는 이가 많아졌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걷다 보니 산책하는 다른 사람을 나 혼자 알아보곤 했다.

얼어붙었던 공원에 봄이 찾아오고, 길가에 잔디가 녹녹해지면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난다. 겨우내 쳐다보지 않던 벚꽃 앞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직장동료, 동네 이웃 가릴 것 없이 모두가 미소를 만발한다.

어린 시절, 어머니 손 잡고 보았던 꽃 구경에 그리 감흥은 없었다. 30번의 봄을 지나 비로소 나도 꽃 구경을 하고 있다. 매년, 이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피어나는 것임에도 볼수록 좋다. 봄이 오면 여름이 오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온다. 봄이 오면 벚꽃이 피어나고 사람들은 그 속에서 또 미소를 만발한다. 사계, 온전한 내러티브다

photography @johnmin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