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푹하다 추위에서 태어난 형용사

By 2018-03-06 No Comments

날씨 | SWISS ARMY Camouflage Scarf

 

날씨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영하 10도의 강추위를 벗어나야 패딩점퍼도 벗을 텐데 청바지 밑 허벅다릿살이 시려 오는 것을 피하고 싶지만, 좀처럼 기회가없다. 요즘 같은 날씨엔푹하다라고 말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지난주추위가 살짝 풀린 날씨에 푹하다고 말하는 중에 홀로 멈칫했다머그잔을 내려놓고 곰곰이 생각해보니푹하다는 겨울에만 한정된 형용사가 아닌가.

 

푹하다와 삼한사온 

삼한사온의 한반도 기후 덕에 겨울에 만나는 포근한 날씨엔푹하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요즘엔 사온이 오지 않는다. 무심코 써왔던 이 표현이 매년 겨울마다 말했다고 생각하니 고마움과 반가운 마음이 든다.

푹하다와 쉼표 

추워야 제맛이라는 겨울이지만, 귀가 금세 시려 오는 강추위엔 푹한 온기가 절실하다. 이렇게 푹한 기운이 공기를 타고 흘러야 추위도 온풍기도 입김도 쉰다.

푹하다는 상대성을 띠는  

푹한 날씨는 따뜻함을 말하지만 실은 추위로부터 태어났다. 춥거나 쌀쌀한 날씨에 만나는 온기는푹하다라 하지만, 춥지도 않은 날씨에 갑자기 푹 할 일은 없다. 생각해보면 푹한 날씨가 반가운 것도 볼 빨갛게 추웠던 겨울 덕분이다.

 

작년 12월 말에 쓴 이 글이 체감이 안 될 만큼 완연한 봄이 다가왔다. 아파트 현관을 나가기 전 움츠러들었던 어깨가 달라진 공기에 이제는 괜스레 들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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