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날씨 | DOCUMENT Pajama pants

 

휴일이 다가오면 혼자 이런 생각을 한다

아 휴일이라고 집에 있지 말고 평일이라 생각하고 무언가를 해야지.’ 

머릿속에서 오늘은 평일이다를 되뇌지만 스스로 거짓말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사람에겐 휴일에 느낄 수 있는 정서가 있다. 상쾌함이라든지 홀가분하고 압박이 없으며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해방감을 맛보는 것 등을 말이다. 지난 노동절에는 일한답시고 스튜디오에 나갔는데 자리에는 앉았지만 실은 휴일이라는 생각에 안절부절못하고 엉덩이를 의자에 붙여놓느라 혼이 났다. 그때부터 의식적으로는 거부할 수 없던 이 정서를 관찰하곤 했다. 그리고 그것을 나는휴일의 정서라 부르기로 했다

휴일에만 맛볼 수 있는 이 정서를 때로는 거부하려 애쓴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말 그대로 애쓰는 격이다. 특히 혼자 하는 일을 선택하고 난 이후 시간 계획을 잘 지키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휴일을 거부해보자 그리고 좀 더 부지런하게 무엇인가를 해보자는 생각을 자주 한다. 하지만 휴일의 정서는 거부하려야거부할 수 없는 정서이다. 모순이다

2017년 추석은 9 10일이었다상상도 못 해본 긴 추석 연휴에 걸맞은 무엇인가를 해야 할 것만 같은 압박이 들었다. 10일 동안 크게 무엇이 할 게 있겠냐 싶어 머릿속으로는 휴일을 부정하며 스튜디오에 출근도 하고 평소처럼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새벽까지 티브이 리모컨을 붙잡고 있는 내 모습을 밤마다 마주했다. 저녁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 삼시 세끼 밥 먹는 똑같은 하루인데 휴일이라고 생각하면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나를 둘러싸고 내 안으로 들어온다

휴일이라는 이유만으로 설렘으로 눈을 뜨고 침대에서 일어나는 나 자신을 발견하니 참 신기하다. 해가 뜨고 지며 잠을 잤다가 눈을 떠서 삶을 사는 것 뿐인데 마치 내 세포도 휴일을 안다는 마냥 설레고 있다그러고 보면 도대체 휴일의 정서를 느끼는 근원은 어디인가 궁금증이 생긴다. , , 시간,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 정서는 맥락에 기초하지만 어떠한 단위로 구분 짓기에는 애매하다.

 

photography @johnmin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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