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Supreme X Northface Duffle

 

한 달 반 만에 면도했다. 면도기를 대기 전 쪽가위로 수염 기장을 잘라보려 했지만, 짧은 쪽가위로 짧은 수염을 자르는 것은 역부족이었다집게손가락으로 턱수염을 부여잡고 가위질을 해보지만, 피라도 안 나면 다행, 수염이 짧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습식 면도기를 꺼냈다. 당최 쉐이빙폼을 쓰지 않는 편이라, 클렌징폼으로 거품을 열심히 묻혀본다. 면도날도 새로 갈아서 깎아보지만,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 때문에, 세 번 이상 면도질이 어렵다. 받아놓은 물에 면도기 헹구기를 열댓 번. 조금 밀고 나면 털이 촘촘히 박혀 면도기는 미끄러지지만 그래도 잘 헹구고 밀어본다

아침마다  때보다 확실히 오래 걸렸다. 고개를 내밀고 수염을 만지며 밀기를 십여 분, 서서히 맨살이 고개를 내민다. 드러나는 맨살에 토너의 따가움이 상상되지만 그래도다 밀어버리리면도질을 끝마쳤다

면도를 마친 후, 거울을 보니 무언가 심심하다. 콧수염이 없어지니, 입 주위는 조금 더 좀스러워 보인다. 거울 밑 선반에 고개를 떨구니 수염이 거칠게 박힌 면도기가 보인다. 괜히 쓸데없이 수염에 내 죄를 대입시켜본다. 매일의 고백은 주와 더 빠르게 친밀해지지만한 달 반만의 고백은 빠르게 다가서기 조금 어렵다. 수련회를 다녀온 직후의 밤이라 그런지 면도하면서까지 묵상하고 있다.

 

photography @johnmin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