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Cote&Ciel LAPTOP TRAVELLER

 

금요일 오후, 강남역에서 미팅을 마치고 스튜디오로 돌아가는 길이다. 한 손에는 노트북 가방을 들고, 머릿속에는 자리에 앉아 홍대까지 가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앉아 가기 위해선 신속한 포지셔닝이 중요하다. (포지셔닝 ; 곧 내릴 것 같은 사람 앞에 서 있는 것) 지하철이 도착하고, 출입문이 열린 순간부터 주위를 빠르게 살핀다. 자주 이동하는 시간대가 아니라서 누구 앞에 서야 할지 좀처럼 감이 안 온다. 그러다, 중년 여성 앞, 원피스를 입은 젊은 여성 옆에 포지셔닝을 해본다. 서초역에 다다랐을 때쯤, 운 좋게 바로 앞에 자리가 났고, 망설임 없이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아 지그시 눈을 감고 숨 돌리던 찰나, 옆에 앉아계신 할머니가 내 앞에 서 있는 원피스를 입은 젊은 여성에게 반대편을 가리키며, 자리에 앉으라고 손짓을 하신다. 자연스레 할머니 손끝에 내 시선이 머물렀고, 젊은 여성은 반대편 임산부 배려석에 앉았다. 배가 부른 엄마의 모습으로순간, 나는 민망함에 할머니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괜히 혼잣말을 뱉었다.

봐가지고…().”

자리에 앉은 임산부는 할머니께 미소를 지으며 감사를 전했다.

누구에게나 항상 자리를 양보하는 편은 아니지만, 주위를 잘 살펴보자는 생각은 하면서 살고 있다. 평소 좁지 않은 주변시와 오지랖으로 조그마한 양보를 실천해왔다고 생각해왔는데

오늘은 딱, 눈가리개를 한 경주마처럼 앞만 봤다.

 

image @johnminlee